부치지 않은 편지 / 정 호 승 부치지 않은 편지 - 정 호 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詩 정호승 2014.04.21
봄밤 / 정 호 승 * 겹 백매화(옥매화) 봄밤 - 정 호 승 부활절 날 밤 겸손히 무릎을 꿇고 사람의 발보다 개미의 발을 씻긴다 연탄재가 버려진 달빛 아래 저 골목길 개미가 걸어간 길이 사람이 걸어간 길보다 더 아름답다 詩 정호승 2014.04.20
부치지 않은 편지 / 정 호 승 * 식나무꽃 수꽃 부치지 않은 편지 - 정 호 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 詩 정호승 2014.04.18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 호 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 정 호 승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 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들을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 詩 정호승 2014.04.10
새똥 / 정 호 승 새똥 - 정 호 승 어느 봄날 울다가 잠에서 깨어나 홀연히 새들의 발자국을 뒤따라갔다 발자국은 바람 부는 골목을 지나 나뭇가지를 지나 지붕도 없는 둥지 안으로 이어졌다 나는 둥지 속에 새새끼처럼 몸을 틀고 들어앉아 해질무렵 어미새가 돌아와 벌레를 먹여주면 한껏 입을 벌려 받아.. 詩 정호승 2014.04.03
꿀벌 / 정 호 승 *백매화 꿀벌 - 정 호 승 네가 나는 곳까지 나는 날지 못한다 너는 집을 떠나서 돌아오지만 나는 집을 떠나면 돌아오지 못한다 네 가슴의 피는 시냇물처럼 흐르고 너의 뼈는 나의 뼈보다 튼튼하다 향기를 먹는 너의 혀는 부드러우나 나의 혀는 모래알만 쏘다닐 뿐이다 너는 우는 아이에게 .. 詩 정호승 2014.04.01
봄길 / 정 호 승 * 영춘화 봄길 - 정 호 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 詩 정호승 2014.03.26
미안하다 / 정 호 승 미안하다 - 정 호 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詩 정호승 2014.03.24
개망초꽃 / 정 호 승 개망초꽃 - 정 호 승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 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詩 정호승 2014.03.14
오동도 / 정 호 승 오동도 - 정 호 승 오늘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내가 보고 싶다고 막차라도 타고 올라오겠다고 편지해놓고 오동도만 올라와서 서울역에 동백꽃 향기만 가득하다 詩 정호승 2014.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