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 정 호 승 꿈 - 정 호 승 눈사람 한 사람이 찾아왔었다 눈은 그치고 보름달은 환희 떠올랐는데 눈사람 한 사람이 대문을 두드리며 자꾸 나를 불렀다 나는 마당에 불을 켜고 맨발로 달려나가 대문을 열었다 부끄러운 듯 양볼이 발르레하게 상기된 눈사람 한 사람이 편지 한 장을 내밀고 어디론가 사.. 詩 정호승 2014.01.22
싸락눈 / 정 호 승 싸락눈 - 정 호 승 오는 게 아니야 오시는 거야 내리는 게 아니야 내리시는 거야 어머니 뒤주에서 됫박으로 퍼내시던 쌀 같으니까 지구에 배고픈 사람이 더이상 없으니까 詩 정호승 2014.01.20
겨울부채를 부치며 / 정 호 승 겨울부채를 부치며 - 정 호 승 아들을 미워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일인 것처럼 아버지를 미워하는 일 또한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일이나니 아들아 겨울부채를 부치며 너의 분노의 불씨가 타오르지 않게 하라 너는 오늘도 아버지를 미워하느라 잠 못이루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 詩 정호승 2014.01.17
술 한잔 / 정 호 승 술 한잔 - 정 호 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을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 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詩 정호승 2014.01.14
구두 닦는 소년 / 정 호 승 구두 닦는 소년 - 정 호 승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 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 밤 별똥별도 주워서 담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담.. 詩 정호승 2014.01.04
슬픔을 위하여 / 정 호 승 슬픔을 위하여 - 정 호 승 슬픔을 위하여 슬픔을 이야기하지 말라 오히려 슬픔의 새벽에 관하여 말하라 첫아이를 사산한 그 여인에 대하여 기도하고 불빛 없는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그 청년의 애인을 위하여 기도하라 슬픔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의 새벽은 언제나 별들로 가득하다 .. 詩 정호승 2013.12.31
맹인부부 가수 / 정 호 승 맹인부부 가수 - 정 호 승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눈사람도 없는 겨울 밤 이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 없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세상 밖을 돌아가는 사람들뿐 등에 업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달래며 갈 길은 먼데 함박눈은 내리는데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 詩 정호승 2013.12.27
그는 / 정 호 승 * 인동덩굴 꽃말 : 헌신적인 사랑 그는 - 정 호 승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 묵묵히 무릎을 꿇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 詩 정호승 2013.12.26
별들은 따뜻하다 / 정 호 승 별들은 따뜻하다 - 정 호 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 詩 정호승 2013.12.23
하늘의 그물 / 정 호 승 하늘의 그물 - 정 호 승 하늘의그물은 성글지만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 둘 떼지어 빠져나갑니다 詩 정호승 201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