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에서 / 정 호 승 겨울강에서 - 정 호 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강 강언덕에 눈보라가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 詩 정호승 2013.12.19
이별노래 / 정 호 승 이별노래 - 정 호 승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 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리니 .. 詩 정호승 2013.12.14
눈사람 / 정 호 승 눈사람 - 정 호 승 사람들이 잠든 새벽거리에 가슴에 칼을 품은 눈사람 하나 그친 눈을 맞으며 서 있습니다 품은 칼을 꺼내어 눈에 대고 갈면서 먼 별빛 하나 불러와 칼날에다 새기고 다시 칼을 품으며 울었습니다 용기 잃은 사람들의 길을 위하여 모든 인간의 추억을 흔들며 울었습니다 .. 詩 정호승 2013.12.13
나뭇잎을 닦다 / 정 호 승 나뭇잎을 닦다 - 정 호 승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앉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 詩 정호승 2013.12.09
물 위에 쓴 시 / 정 호 승 물 위에 쓴 시 - 정 호 승 내 천 개의 손 중 단 하나의 손만이그대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내 천 개의 눈 중 단 하나의 눈만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하여 길이 없는 밤은 너무 깊어 달빛이 시퍼렇게 칼을 갈아 가지고 달려와 날카롭게 내 심장을 찔러 이제는 내 천.. 詩 정호승 2013.12.06
첫눈 / 정 호 승 첫눈 - 정 호 승 너에게는 우연이나 나에게는 숙명이다 우리가 죽기전에 만나는 일이 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나는 네가 흘렸던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너는 가장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길 떠나는 나를 내려다 본다 또다시 용서해야 할 일과 증오해야 할 일을 위하여 오늘도 기도하.. 詩 정호승 2013.12.02
꽃다발 / 정 호 승 꽃다발 - 정 호 승 네가 준 꽃다발을 외로운 지구 위에 걸어놓았다 나는 날마다 너를 만나러 꽃다발이 걸린 지구 위를 걸어서 간다 詩 정호승 2013.11.27
꽃 지는 저녁 / 정 호 승 *사피니어 꽃말 : 당신과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꽃 지는 저녁 - 정 호 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詩 정호승 2013.11.23
길 떠나는 소년 / 정 호 승 길 떠나는 소년 - 정 호 승 저녁해 지는 나주 남평역 역마당에 널린 붉은 고추에 해는 기울고 건들건들 완행열차가 숨을 멈춘다 물방개야 소금쟁이야 잘 있어라 지하철을 타고 날마다 하모니카를 불고 다닌다는 눈먼 아버지는 소식이 없고 답십리에서 파출부로 일한다는 엄마도 소식이 .. 詩 정호승 2013.11.13
목련 / 정 호 승 목련 - 정 호 승 목련은 피고 아들은 죽었다 진홍가슴새의 가슴에 피가 흐른다 흰나비 한 마리가 눈물을 떨구고 간다 나는 고속도로 분리대 위에 쓰러져 잠이 든다 술취한 마음은 찢겨져 갈기갈기 도마뱀처럼 달아나고 고맙게도 새벽에는 봄비가 내린다 아들은 잡놈이었다 봄비를 맞으며.. 詩 정호승 201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