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밭 지나며 / 허 형 만 배꽃밭 지나며 - 허형만 저 미치도록 하이얀 보아라 속살 풋풋한 비린내 질펀하게 깔리고 벌들 끙끙 온몸으로 힘써대는 소리 신음 소리 천지가 하나로 뒤얽혔어라 토실토실한 새끼들 오지게도 퍼질러놓겠구나 밀레니엄 베이비 만들기 좋다는 날 햇살도 눈부신 봄날 시이야기 2017.04.11
개화 / 이 호 우 개화 - 이 호 우 꽃이 피네, 한 잎 두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시이야기 2017.04.06
진달래 / 피 천 득 진달래 - 피 천 득 겨울에 오셨다가 그 겨울에 가신 님이 봄이면 그리워라 봄이 오면 그리워라 눈 맞고 오르던 산에 진달래가 피었소 시이야기 2017.04.03
그리운 이 그리워 / 오 세 영 그리운 이 그리워 - 오세영 그리운 이 그리워 마음 둘 곳 없는 봄날엔 홀로 어디론가 떠나버리자 사람들은 행선지가 확실한 티켓을 들고 부지런히 역구를 빠져나가고 또 들어오고 이별과 만남의 격정으로 눈물 짓는데 방금 도착한 저 열차는 먼 남쪽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 실어온 동백.. 시이야기 2017.03.30
백목련 / 백 우 선 백목련 - 백우선 나뭇가지가 알을 낳았다 수백의 알이다 알을 가지 끝끝마다 자랑스레 들어올리고 있다 햇살은 알에서 토도로록 튀어오른다 사람의 눈길도 모여들어 알을 어루만진다 바람은 그 비단결로 휘감아 흐르고 어느 하나 품어주지 않는 게 없다 한눈 판 사이엔 듯 일제히 부화해.. 시이야기 2017.03.29
목련 / 류 시 화 목련 -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 시이야기 2017.03.25
三月(삼월) / 김 광 섭 三月(삼월) - 김광섭 삼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 아가씨들 창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랑 문풍지를 뜯고 나들이 털옷을 벗긴다 애들을 깨워서는 막힌 골목을 뚫고 봄을 마당에서 키운다 수양버들 허우적이며 실가지가 하늘거린다 대지는 회상 씨앗을 .. 시이야기 2017.03.21
입맞춤 / 장 석 주 입맞춤 - 장 석 주 너는 봉인된 편지 입맞춤으로 네 몸의 적멸보궁 네 몸속의 편지를 꺼내 읽는다 그 바닷가다 바닷가의 바람에는 소금이 녹아 있다 이 바람 속에서 일체의 꿈들을 중절당한 내몸이 낱낱의 원소로 해체되어 버릴 때까지 나는 서 있고 싶다 벼랑의 끝에 가 본 자만이 바다를.. 시이야기 2017.03.18
들꽃 / 문 효 치 들꽃 - 문효치 ​ 누가 보거나 말거나 피네 ​ 누가 보거나 말거나 지네 ​ 한 마디 말도 없이 피네 지네 ​ 시이야기 2017.03.17